기존에 윈도우 기반 PC 사용자가 많고 그만큼 PC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애플이 아이팟을 히트시키자, 국내 MP3P 업체 대부분이 기존의 폴더 방식 파일 내비게이션에서
아이팟의 태그 기반 DB 방식의 파일 내비게이션 UI를 채용합니다.
MP3플레이어의 첫 화면에 '지금 재생 중'과 '아티스트' '앨범' 등으로 분류되는 바로 그거요.
훨씬 우수한 UI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처음 태그 정리가 귀찮아서 그렇지
아이리버도 그랬고 삼성 Yepp도 이 UI를 훨씬 우수한 UI라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단지 아이팟이 잠식하고 있는 해외시장에의 수출을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도나도 이 UI를 채용하더군요.
그런데 기존에 폴더 방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이 방식을 매우 불편해합니다. 태그정리도 귀찮고요
그래서 국내 생산되는 MP3P는 두가지 인터페이스를 모두 포함하게 됐죠.
사용자가 쓰고 싶은 걸 쓰게끔.
이게 바로 제가 아이폰을 처음 만져봤을때 굉장히 혼란스러웠던 기억과 정확히 같은 경험일겁니다.
사파리라는 게 인터넷 브라우저라길래 실행시켜봤는데 도대체 프로그램을 종료시키는 X버튼은 어디 있는거지? 하고요
홈버튼으로 스프링보드로 나가지긴 하지만 분명 '사파리가 아직도 백그라운드에서 돌고 있을텐데' 라는 꺼림칙한 짐작
이 짐작은 PC를 어느정도 사용했던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짐작입니다.
하지만 아이폰은 프로세스를 굳이 관리하지 않아도 되게끔 만들어졌습니다.
실제로 굳이 끄지 않아도 알아서 관리하기 때문에 퍼포먼스에 큰 문제가 없죠
모든 작업이 전면에 딱 한개 붙어있는 '홈 버튼'을 통해 시작하고, 바로 그 홈 버튼을 통해 끝이 납니다.
(끝남과 동시에 스프링보드로 돌아가 다른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역시 홈버튼입니다.)
또한 아이폰에 넣고 빼는 모든 컨텐츠와 모든 아이폰 관련 작업(백업, 업그레이드 등)이 아이튠즈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건 분명히 윈도우나 안드로이드보다 절대적으로 쉬운 UI일 겁니다. (아마도요)
다만 우리는 이미 이동식 디스크를 통해, OGG는 MP3로, wmv는 AVI로 변환해서 넣는 것에 이미 익숙했기 때문에,
윈도우 PC와 기존의 폴더방식 MP3P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폰과 아이튠즈가 어려웠던 거죠
안드로이드는 전부 보여줍니다.
현재 로딩이 얼마나 되었나. 램은 얼마나 남았나. 실행중인 프로세스는 몇개인가. 백그라운드에서 무얼 하고 있는가?
이것은 PC를 사용했고, PC보급률이 상당히 높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상당히 익숙한 모습입니다.
아이폰은 그 중에 무엇하나 보여주지 않습니다. 왜냐? 사용자가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이것을 철저히 모르게 하기 위해서 아이폰은 목숨걸고라도 부드러운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했습니다.
행여나 버벅이기라도 하면 아 이놈시키가 나 모르게 뭔가 하고 있구나 라는 걸 들키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결과 사용자는 '램'이란 게 무엇인지, '프로세스'는 무엇인지, '백그라운드'는 대체 또 뭔지에 대해서
알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이게 진짜 쉬운거죠. 애플이 하고자 했던 게 바로 이겁니다.
많은 일반 대중은,
1. 지나치게 많은 설정 항목에 주눅이 듭니다. 설정 화면만 봐도 겁을 먹어요. 체크 하나 지웠다가 핸드폰이 잘못될까봐.
2. 당최 앱 드로워에 있는 아이콘이 왜 또 홈 화면에 있는가? 부터가 혼란의 시작입니다. 윈도우 초기에 바로가기 지우고 프로그램 지웠다고 울상 짓는 사람들 처럼요.
그러나 클리앙에 서식하는 분들은 스스로가 그 일반 대중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걸 종종 착각하곤 합니다.
여러분 중 대다수는 이미 PC를 다년간 사용해왔던 사람이고, 스마트폰에 관심이 많아 여러 기기의 스펙을 달달 외우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클리앙의 안드로이드 선호는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iOS나 아이튠즈가 어렵다고는 말하지 마세요.
스마트폰과 PC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iOS는 굉장히 직관적이고 쉬운 모바일 OS입니다
iOS와 아이튠즈가 당신에게 오히려 어려운 이유는 당신이 똑똑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쩌는 립서비스)
PC를 전혀 사용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 맥과 아이폰, 윈도우와 안드로이드를 주고 사용해보게 해보세요
백이면 백, 맥과 아이폰을 선택한다에 만원 겁니다
단적인 예로 마켓 & 앱스토어에서 앱 설치시
안드로이드는 설치 버튼을 누르면 백그라운드에서 앱을 설치해서 계속 마켓을 둘러볼 수 있고
아이폰은 설치 버튼을 누르면 굳이 홈스크린까지 나와서 어디에 아이콘이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것 만 봐도
쉬운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애플이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를 알 수 있으실 겁니다.